| 제목 | (설교) 원기 110년 9월 18일 목요예회 설교 (김민정_락페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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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민정 |
| 작성일 | 25-09-18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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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정당한 고락은 영원히 오지 아니하도록 행주좌와 어묵동정 간에 응용하는 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니라.”
이상은 정전 제3수행편 제14 고락에 대한 법문 일부입니다.
이 법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두 가지 수치를 공개하고 싶습니다. 저의 변화를 알 수 있는 통계인데요.
먼저 10만 원. 제가 1학기에 매달 쓴 도서구입비 평균치입니다. 1학기 전체 합계 아니고요. 한 달 평균입니다. 근데 제가 2학기 결제식 이후로 도서구입비로 얼마를 썼을까요? 네, 0원입니다.
또 다른 수치입니다. 6시간 반. 제가 상시 기간 때 세운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 최고 기록입니다. 그런데 9월 저의 최고 기록은 50분입니다.
저는 어떻게 과소비 습관과 미디어 중독을 고치고 새 마음 새 몸 새 생활로 새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올해 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출가 전 저의 최우선 가치는 재미였습니다. 그래서 취미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입학하고 나서도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취미 생활 즐기기를 주의했습니다. 주로 한 것은 인스타에 뜬 전통의상 구경하기, 관심 주제가 바뀔 때마다 책 쇼핑하기, 친구들과 채팅하기, 그리고 드라마 보기였습니다. 참고로 드라마는 중국 사극이나 후궁 암투물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고 끌어내리고 복수하고 하는데 얼마나 자극적인지 모릅니다. 거기서 미묘한 마음 작용과 인과의 이치를 배운다고 합리화도 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서 저는 여가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말에 핸드폰이나 노트북만 들여다보다가 시간을 다 보내면 뿌듯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관심 분야 덕질도 하고, 바깥의 친구들과 농담도 하고, 다양한 교양서적도 많이 읽어야 학교생활도 잘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노는 시간에까지 곧이곧대로 경전 법규 연습을 하고, 여가 있는 대로 염불과 좌선도 하고, 그러면 도파민은 언제 나옵니까?
저는 이 활동들이 저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2학년 미주선학연수입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미국 여행과 어학연수라 행복하기도 했지만, 원래 약한 체력에 긴 이동 시간, 그리고 불안한 정치 상황까지 겹쳐 심신이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제 손에서는 핸드폰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아파서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는데, 그래도 푹 쉬질 못하고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수시로 SNS와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는 제 모습이 마치 좀비 같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그렇게 좋아한 낙이 변해서 고가 될 낙이었구나.
그것을 계기로 정전에서 고락에 대한 법문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고락을 너무 추상적으로, 크고 멀게만 생각해서 잘 와 닿지 않았는데, 구체적으로 원하는 낙과 원하지 않는 고가 있는 상태에서 읽으니 대종사님께 직접 문답감정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대종사님의 말씀은 명쾌했습니다. “응용하는 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니라.” 온, 생, 취. 이것이 삼학 병진이며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라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정전에 의하면 상시 훈련법은 정기 훈련법과 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는 관계입니다.
이 관계성을 쭉 이어보면 이렇습니다. 정할 때 11과목 공부를 통해 안으로 삼대력을 쌓고, 동할 때 실지 경계에 그 삼대력을 발휘하면 부정당한 고락이 영원히 오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그렇게 하려고 보니, 따로 뭘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이미 삼학에 기반해 일과와 교칙, 생활관 내규를 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규칙 생활이 나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임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자 학교생활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고, 여기서 하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하던 관심이 안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던 외학 서적들과 SNS, 드라마에 대한 갈망도 멈추었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채우던 빈 시간에는 경전을 읽었습니다. 소위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니 정신이 더 맑아지고, 그 상태로 경전을 읽으니 이해도 더 잘 되었습니다. 거기서 수행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어 정신을 시끄럽게 하거나 빼앗아 갈 일을 더욱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먼저 휴대폰에서 SNS 어플을 삭제하고, 웹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또 인스타 팔로우 목록도 패션 계정들 대신 원불교 교육부 등 신앙생활에 직접 관련이 있는 계정들로 바꾸었습니다. 이 방법은 전자기기 이용 시간을 줄이고 존야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좌선 시간 단전주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수양, 연구, 취사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체험하자, 이색적인 물건이나 박학다식함이나 화려한 영상 콘텐츠보다 이 교법이 저에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고, 무엇보다 재미까지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변하여서 고가 될 낙을 취해 왔지만, 고락에 대한 법문을 실천함으로써 드디어 온전 생각 취사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온생취는 곧 삼학이자 삼대력이고, 삼대력은 정기 훈련과 상시 훈련으로 물 샐 틈 없이 키울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훈련법을 통해 우리는 “날마다 좋은 나로 거듭”납니다. 그러므로 학교생활은 때로 구속 같지만 사실은 참된 낙을 누릴 수 있도록 법으로 심신을 바르고 빠르게 길들여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심으로 다행하고 감사하게 느껴질 때, 외적으로 정해진 공부길을 따라갈 힘이 내면에서 솟아날 것입니다. 그러면 수양, 연구, 취사가 함께 선순환하며, 그 순환 속에서 신심과 서원 또한 굳건해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오늘 여러분께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온라인 쇼핑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 싶으신 분, 스크린타임을 줄이고 싶으신 분, 학교생활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고 싶으신 분. 우리 각자 고와 낙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 잘 살펴봅시다.
우리는 대종사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정당한 고락과 부정당한 고락을 자상히 알아서 정당한 고락으로 무궁한 세월을 한결같이 지내며, 부정당한 고락은 영원히 오지 아니하도록 행주좌와 어묵동정 간에 응용하는 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말씀대로 내가 받는 고락이 나의 삼대력과 직접 연관이 있음을 알아서, 그 삼대력을 키워주는 공부길로 함께 갑시다. 다들 정당하고 영원한 낙의 잔치, 락 페스티벌을 즐길 준비 되셨나요? 그럼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로 오늘 설교를 마치겠습니다. “불자야 그른 고락 오지 않도록/온전한 생각으로 취사를 하고/정당한 고락으로 무궁한 세월/법으로 길들여서 길이 즐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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